아이가 죽었다. 2014년에 세월호 배를 타고 가다가 18살 대나무같은 씩씩한 나의 고3아들이 죽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23살된 장미꽃봉오리같은 둘째딸이 할러윈축제갔다가 죽었다. 좁다란 골목길에 비슷한 또래들의 몸에 깔려 죽었다. 이제 남은 아이는 하나다. 지금 엄마와 아빠, 친척들, 선생님, 목사님, 스님, 신부님, 공무원, 정치가, 작가, 심리상담사 다모였다. 우리는 죽은 아이의 주검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엄마는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먼저 우리 딸의 하늘나라 가는 길에 시 한수 읊어본다.
23살 장미에게
너 하나 잉태하고 꽃피우기 위해서 엄마는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기도로써 품고 낳은 나의 딸 장미야.
부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고 또 행복하거라.
너는 나의 모든 것이었다.
내가 웃으면 엄마는 행복했고
내가 울면 엄마도 같이 울었다.
너는 그 아름다운 꽃봉오리 펼쳐보지도 못하고
인사도 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다.
엄마는 너희 오빠가 2016년 세월호 배를 타고 가다가 죽었을 때
네탓, 가난탓, 운명탓을 하며 울며, 울음을 삭히며 그 시간들을 견뎌왔다.
그 시간들을 견디고 상처가 아물 즈음에, 네가 또 하늘나라로 갔구나.
엄마는 다시 내탓, 가난탓, 운명탓을 하며 앞으로의 시간을 견뎌야만 할까?
남은 너의 동생을 지켜야 한다.
엄마는 이제, 알고 싶어졌고 알려고 할 것이다.
왜 너희 오빠가 죽어야 했는지,
왜 네가 죽어야 했는지
남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
울고만 있을 수 없다.
엄마는 더 이상 팔자타령을 하면서
가슴이 피멍이 들 수만은 없단다.
엄마는 세상 밖으로 나가서
너희의 죽음에 대해 묻고 또 물을 것이다.
사랑하는 장미야, 엄마는 이제 지혜롭고 용감한 엄마로 거듭날 것을
너의 가는길에 약속할게!
사랑해 나의 딸아! 네가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안전하길 빌게!
엄마의 입장에서 쓴 시 한편으로 꽃다운 청춘들을 가는 길에 배웅해봅니다.
그 어떤 시로도, 그 어떤 음악으로도, 그 어떤 그림으로도 이러한 죽음의 비통함에 대해서 표현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시 한편에 이은 임상심리전문가 문가인의 해법은 경북일보 칼럼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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