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사망자를 위한 애도
참마음심리상담센터 문가인 원장
대한민국 이태원의 좁은 골목에서 2022년 10월 29일에 약 150명이 사망했다. 그들이 비참하게 타인의 몸에 깔려 죽어야만 했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이 글을 씀으로써 애도하는 마음을 대신하고자 한다.
과연, 누가 문제인가?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하나?
그 골목에서 손가락을 쳐든 청년과 “밀어, “밀어”라고 외친 청년, 핼러윈 특수를 맞아 매출을 올리고 싶었던 상인들, 아니면 지시대로 근무했던 경찰들이 문제일까.
핼러윈 데이라는 외국 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것이 문제일까? 아! 그때 골목길이 미끄러웠지. 골목길에 술을 뿌리고 미끄럽게 했던 사람이 문제인가? 아니다. 골목에 크게 음악을 튼 상인도 있었지.
본인은 심리상담가라는 제 관점에서 원인과 해법을 생각해본다.
심리상담은 원래 개인 상담으로 시작했다. 문제가 있는 사람 한 명이 심리상담센터에 오게 되고, 심리상담가는 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심리상담가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족이 변화되지 않으면, 그 사람의 문제가 재발하는 등 한계에 부딪힌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문제행동을 보이는 한 개인은 그가 속한 체계 자체의 결함을 표현하고 있다’라는 관점에서 1950년 이후 가족치료가 탄생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심리상담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그 어떤 이론이나 그 어떤 기법을 적용하든지 잠재적인 가족 치료자다. 본인 역시 마찬가지다.
아동이 오면 부모 상담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심지어 성인도 가족 상담이나 가족의 협조 없이는 근본적인 변화에는 한계가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조현병도 가족이 스트레스를 줄 때, 재발이 잘 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본인은 이런 가족치료의 중요성, 가족 시스템에 대한 변화의 중요성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온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다 기울인 최면치료를 통해 한 사람을 상담했고, 그의 표정은 밝아졌고 희망이 생겨난 듯 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갔고 다음 날 문자가 왔다. ‘부모님이 너무 힘들게 해요. 죽고 싶어요. 부모님을 상담받게 해주세요’.
가족 치료적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이번에 이태원에서 약 150여 명의 사람이 죽은 것에 대해서, 그 개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그 사람들이 죽은 것은 이 사회 전체 시스템의 문제다. 그럼 전체 시스템, 전체 사회의 구성원이 문제라면 누가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할까?
그건 전체 시스템을 움직일 힘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런 사례도 생각난다. 부모님은 누가 봐도 존경받아야 할 마땅한 이 사회의 모범시민이다. 학벌, 직업, 도덕성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 그분들의 자녀는 무위도식하고 있으며, 알코올 중독자다. 문제란 문제는 모두 가지고 천하의 문제아다. 과연 누가 문제일까?
엄마와 자녀는 내 눈앞에서 서로 2시간이 넘도록 논쟁한다. ‘엄마가 잔소리 안 하고 덜 간섭하면 내가 바뀔게’. 엄마는 이야기합니다. ‘네가 문제를 일으키지 마. 그러면 잔소리 안 하고 간섭 안 할게’.
상담사인 본인은 누구의 편을 들었을까?
‘어머니께서 일주일만 잔소리를 줄이고 간섭을 덜 해보세요’
일주일 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자녀의 밝은 표정과 힘 있는 목소리가 답이었다.
이번 이태원의 꽃다운 청년들의 죽음, 밤늦게 핼러윈축제를 즐기러 간 그들의 잘못일까. 우린 죽은 그들에 대해 충분히 애도를 표현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책임지고, 반성하고, 교훈을 얻고, 실천해야 한다.
나 역시 이 글을 계기로 나의 내담자의 부모에게 미뤄둔 전화를 할 것이다.
‘딸을 살리고 싶으시죠. 그러면 당신들이 먼저 변화돼야 합니다’라고.
출처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http://www.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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