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공동체 플럼빌리지에는 `빗소리를 듣는 베란다`라는 이름이 붙은 공간이 있습니다. 실제로 빗소리를 듣는 공간입니다. 마음속에서 평온함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저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내리는 빗소리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평온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틱낫한 스님은 `현대의 영적 스승`이라 불린다. 베트남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플럼빌리지를 운영하고 있는 스님은 수많은 벽안의 외국인들에게 `명상`을 통한 수행법을 전파했다.
화(anger)를 내려놓고 마음을 챙기는(mindfulness) 틱낫한식 수행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틱낫한 스님 산문집 `삶의 지혜`(성안당)는 가장 최근 법문을 모은 책이다. 책은 비움, 무상(無相), 무원, 무상(無常), 무욕, 내려놓음, 열반의 경지 등 7단계 과정을 토대로 명상을 안내한다.
스님은 너무 많은 생각이 삶의 평화를 깨뜨린다고 지적한다."대부분의 문제는 생각이 지나치게 많을 때 벌어집니다. 어제를 곱씹고 내일을 걱정하는 모든 생각들이 우리를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만듭니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우리 마음은 몸에서 떨어지게 됩니다."
스님은 이 같은 문제를 데카르트의 명언을 패러디해 이야기한다. 명쾌한 설법이다. "나는 (너무 많이) 생각한다. 고로 나는 (내 삶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존재한다."
스님은 또 모든 겉모습은 무의미하다고 가르친다. 예를 들어 방금 전까지 하늘에 떠 있던 구름도 어느새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구름은 다른 모습으로 변했을 뿐이라는 것. "더 이상 구름을 볼 수 없더라도 구름은 죽은 것이 아닙니다. 구름이 비로 바뀌고 수도꼭지에서 물로 흘러나와 주전자에 담겨 펄펄 끓은 다음 찻잔에 담길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겉모습은 없습니다. 무상(無相)을 연습해야 합니다."
틱낫한 스님은 부처님 말씀을 인용해 집착을 버리라고 지적한다. "물고기는 미끼 속에 날카로운 바늘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나 권력, 유혹 같은 것에는 바늘이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욕망하는 모든 것에는 바늘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 바늘의 존재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틱낫한 스님은 2014년 뇌졸중으로 한 차례 쓰러진 이후에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수행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고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고개를 들면 애써 외면하지 말고 그대로 맞서야 합니다. 도망치거나 고통스러운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덮으려 해서도 안 됩니다. 있는 고통을 그대로 인지하고 차라리 그 고통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고통의 근원이 무엇인지 굳이 찾아보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깊숙이 와닿는 말이다. 우리는 고통스러울 때 그 고통의 원인을 찾아 헤매느라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허연 문화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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